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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심리가 과하면 관계를 망칩니다.
- 작성일24-06-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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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최고관리자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는 흡혈박쥐에 관한 일화가 나옵니다.
흡혈박쥐는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데,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동료 흡혈박쥐가 상황이 곤궁하면 자신이 섭취한 피를 토해서
나눠주는 습성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박쥐가 착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에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인 것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연애 이야기를 하던 페이지에서, 뜬금없이 인문학 강의가 나와서 당황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인 '기대심리' 때문입니다.
기대심리,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바라는 심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대심리는 아무에게나 갑자기 비롯되지는 않습니다. 상대가 어떤 명분과 구실이 있거나 자신이 어떤 것을 해주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기대심리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판사는 판사니까 공정해야 하고, 작년에 1등을 받은 학생이 올해도 1등을 받을 것이라는 마음도 일종의 기대심리 인 것입니다.
연인간의 기대심리
물론 연인 관계에서도 너무나도 쉽게 기대심리가 자라납니다. 물론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면, 이 또한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먼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만큼, 그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내가 이 정도 했는데, 다음엔 꼭 챙겨주겠지'하는 식의 기대심리 말입니다.
그런데 이 기대심리에 부응하지 못하고 그 사람이 깜빡하고 넘어갔다거나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떻게 될까요? 이해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속으로 실망할 것입니다. '내가 이 정도나 해줬는데.... 네가 감히?!" 이런 속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망은 나중에 더 큰 기대심리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이게 쌓여서 갈등의 원인이 되고 맙니다.
기대 심리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어요.
기대심리는 오히려 관계를 망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내가 한 감정, 내가 한 노력만큼 돌려받길 원하는 일종의 투자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계가 되면 서로가 피곤해집니다. 상대의 기대에만 몰두하고, 얼마 못 가서 지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투자가 아닙니다. 앞서 말한 박쥐들처럼 서로의 기대심리 때문에 호의를 베푸는 것은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표현 방식이 다를 수도 있고, 체감하는 시간이 서로 다른 것을 이해하고 감싸 안아주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역할인 것입니다.
기대심리는 이기심에 가깝습니다. 손해 보기 싫은 것, 상처받기 싫은 마음 잘 압니다. 더욱이 누군가를 사랑했다가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더욱 상처를 입지 않으려고 노력하기에 이런 기대심리로 안정감을 얻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심리를 갖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서로를 옭아매는 기대심리 말고, 따뜻한 믿음으로 기다리고 안아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